핵심 요약
-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 하반기부터 '솔리드스택(Solidstack)' 브랜드로 양산할 계획이며,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빠른 일정이다.
- 아직 특정 완성차 업체와의 대규모 공급 계약(수주)이 공식 확정된 것은 아니며, 현재는 로봇·전기차 등 복수 고객사와 샘플 검증 단계다.
- 관건은 원가다. 전고체 배터리의 현재 생산 단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5배를 웃돌아, 수율과 원가 절감이 상용화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2027년 양산은 정말 순항 중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삼성SDI ASB(All Solid Battery) 양산개발그룹의 김은하 상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복수의 글로벌 고객사와 샘플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측면에서 고객사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고체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면서 휴머노이드, 전기차 등에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못 박은 바 있어, 회사 최고경영진 차원에서도 일정에 대한 확신을 드러낸 셈이다.
국내 배터리 3사를 비교하면 삼성SDI의 속도감이 두드러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를 2029년으로 제시했고, SK온 역시 2030년 전후 상용화를 목표로 잡고 있다. 반면 삼성SDI는 이미 경기도 수원 연구소 내에 전고체 배터리 전용 파일럿 라인 'S라인'을 구축해 시제품을 생산 중이며, 이 라인에서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초기 물량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업계에서 나온다. 흥미로운 대목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행보다.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의 실현 가능성과 경제성에 한계를 느끼며 오히려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우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삼성SDI의 공격적인 일정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는 어떤 기술적 특징을 갖고 있나?
핵심은 무음극(anode-less) 구조와 연속식 압착 공정이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처럼 별도의 음극 소재를 두지 않고, 충전 과정에서 양극에서 나온 리튬 이온이 음극을 형성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생산 공정에서도 차별점이 있다. 업계 다수는 셀을 일정량 모아 한 번에 압력을 가하는 '배치 방식'을 쓰는 반면, 삼성SDI는 셀을 연속으로 이동시키며 압력을 가하는 롤 프레스 방식을 적용해 양산 단계에서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제품 라인업도 두 갈래로 나뉜다. 전기차처럼 일정 크기 이상의 공간에 안정적으로 탑재할 수 있는 각형 전고체 배터리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기기에 들어가는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다. 삼성SDI는 각형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900Wh/L의 에너지 밀도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현재 양산 중인 평균 전기차 배터리(600~650Wh/L)보다 크게 앞선 수치다. 아울러 열이나 가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NTP(No Thermal Propagation) 설계를 적용해 화재 안전성도 함께 높였다고 설명한다.

왜 전고체 배터리의 첫 적용처가 전기차가 아니라 로봇인가?
이유는 배터리 용량과 원가 민감도의 차이에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통상 50~70kWh 용량이 필요한 반면, 휴머노이드 로봇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2~3kWh 수준으로 훨씬 작다.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양산 초기 단계 기술이라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배터리 용량이 작을수록 전체 제품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아진다. 이 때문에 삼성SDI는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처음 공개하며, 전기차보다 로봇 시장을 첫 무대로 택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가 로봇 가동 시간을 최대 8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셜리 멍 시카고대 교수는 인터배터리 2026 부대행사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기존 배터리를 곧바로 대체하기보다는 로봇, 휴머노이드, 드론 등 새로운 시장을 여는 역할을 먼저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가격 민감도가 낮고 성능 개선 효과가 큰 시장에서 먼저 기술을 검증한 뒤, 전기차처럼 대중적이고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 수주 현황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현재까지 특정 완성차 업체와의 대규모 공급 계약이 공식적으로 확정, 공개된 바는 없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BMW, 미국 솔리드파워와 파트너십을 맺고 BMW 차세대 차량에 전고체 셀을 탑재해 실증을 진행 중이며, 이 실증은 단순 주행거리 확인을 넘어 충전 성능, 수명, 고온·저온 환경에서의 작동 안정성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이 밖에도 삼성SDI는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들과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고체 배터리 자체는 아직 상용화 준비 단계인 만큼 양산 시점에 맞춰 기술 검증과 공급 논의가 병행되는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업계는 2027년 양산이 시작되더라도 곧바로 전기차용 대량 공급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특정 고객, 제한된 용도에서 먼저 소량 공급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고, 전기차용 대량 공급으로 확대되려면 고객사 인증과 장기 신뢰성 검증, 무엇보다 원가 안정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은 무엇인가?
바로 비용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현재 가격은 kWh당 400~600달러 수준으로, 리튬인산철(LFP) 팩의 81달러, 니켈·코발트·망간(NCM) 팩의 128달러와 비교하면 3배에서 많게는 7배 가까이 비싸다. 핵심 원료인 황화리튬의 높은 가격과, 대면적 셀에서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수율 확보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아래 표는 배터리 유형별 가격 수준을 정리한 것이다.

| LFP(리튬인산철) | 약 81달러 | 양산·보급 단계 |
| NCM(니켈·코발트·망간) | 약 128달러 | 양산·보급 단계 |
| 전고체 배터리 | 약 400~600달러 | 파일럿·초기 양산 준비 |
삼성SDI의 실적과 전고체 투자는 어떻게 연결되나?
2025년 삼성SDI는 매출 13조 2667억 원에 영업손실 1조 7224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악의 적자를 냈다.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와 원자재 가격 급락이 겹치며 배터리 부문이 손실 대부분을 떠안았다. 그럼에도 회사는 오히려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 투자를 늘리는 역발상을 택했고, 2026년을 실적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제시했다. 최근 증권사 리포트들을 종합하면 2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을 제시한 곳이 다수이며, 유럽 전기차 시장 회복과 헝가리 공장 가동률 개선, 북미 ESS 현지 생산 확대에 따른 세액공제 효과가 맞물리면서 하반기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런 흐름 속에서 삼성SDI가 업황 하강기에도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베팅하는 핵심 카드로 평가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는 언제 양산되나요?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며,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빠른 일정이다.
Q. 전고체 배터리는 처음에 어디에 먼저 쓰이나요?
전기차보다 먼저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기기에 우선 적용될 전망이며, 이후 전기차와 드론, 모바일 기기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Q. 대형 완성차 업체와의 공급 계약이 확정됐나요?
현재까지 구체적인 대규모 공급 계약이 공식 발표된 바는 없으며, BMW·솔리드파워와의 실증,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들과의 기술 협력 논의가 진행 중인 단계다.
투자자와 소비자 입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개인적인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면, 전고체 배터리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몇 조 원 수주"라는 자극적인 제목에 흔들리기보다는 실제 공시나 컨퍼런스콜에서 확인되는 수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아직 삼성SDI를 포함한 국내 배터리 3사 어디도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대규모 확정 수주를 공식 공시한 바 없기 때문에, 특정 완성차 브랜드명이 언급된 기사라 하더라도 이는 대체로 기술 검증·파트너십 단계의 협력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반대로 인터배터리 같은 산업 전시회에서 공개되는 샘플과 로드맵은 실제 양산 시점과 기술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비교적 신뢰도 높은 지표이므로, 매년 3월 열리는 이 행사를 체크포인트로 삼아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삼성SDI의 사업 구조 자체가 배터리 한 축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5년 실적을 보면 배터리 부문이 1조 851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를 다루는 전자재료 부문은 1295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두 자릿수대 이익률로 회사 전체의 현금 흐름을 방어했다. 전자재료의 전해질·코팅 관련 기술력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 부문은 단순한 실적 방어막을 넘어 차세대 기술의 토대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전고체 배터리 하나만 떼어놓고 볼 것이 아니라, 배터리·전자재료 두 축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를 함께 살펴야 삼성SDI의 미래 성장 스토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의 전망
양산 시점인 2027년 하반기까지는 아직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이 기간 동안 확인해야 할 핵심 변수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황화리튬 등 고체 전해질 원료의 가격이 얼마나 빠르게 낮아지는지. 둘째, 각형·파우치형 두 라인업 모두에서 대면적 셀 수율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 셋째, 로봇·전기차 고객사들과의 샘플 검증이 실제 공급 계약으로 이어지는 시점이 언제인지다. 이 세 가지 변수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삼성SDI가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먼저 확보한 기술 우위를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사업은 기술적으로는 순항하고 있지만, 진짜 승부처는 2027년 양산 이후의 원가와 수율 싸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양산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구체적인 공급처와 수주 물량이 하나둘 드러날 것으로 보이며, 그 시점에서야 비로소 삼성SDI의 전고체 베팅이 성과로 이어지는지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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